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상암동 바닥은 의외로 음악 좀 부르려 하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번듯한 오피스 건물 사이에 숨어있는 코인노래방들,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놓고 정작 중요한 음향 설비는 십 년 전 유물보다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내가 여기서 수많은 방을 드나들며 느낀 건 딱 하나다. 화려한 조명과 인테리어에 눈 돌아갈 필요 없다. 코인노래방의 본질은 마이크 성능과 스피커의 밸런스, 그리고 그 좁은 공간을 얼마나 쾌적하게 유지하느냐다. 요즘 애들은 어디가 사진 잘 나오나만 보는데 그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상암 일대의 코인노래방들을 훑어보면 공통적인 결함이 보인다. 마이크 게인을 과도하게 올려놓아 귀를 찢는 고음이 나오거나, 반대로 저음이 벙벙거려 가사 전달이 전혀 안 되는 곳들이 너무 많다. 특히 상암 중심부 쪽은 회식 뒤풀이 인파가 몰리는 곳이라 기기 관리가 엉망인 경우가 허다하다. 코인을 넣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라. 방 안의 환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바닥에 굴러다니는 마이크 커버 쓰레기가 없는지. 관리 안 되는 곳은 기기 상태도 뻔하다. 베테랑의 눈으로 보면 딱 보인다. 쿰쿰한 냄새가 나는 곳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가성비라는 핑계로 아무 데나 들어가는 짓은 그만둬라. 상암에서 정말 노래 연습이 필요하거나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고 싶다면, 반주기의 업데이트 상태를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최신 곡이 입력되어 있다고 다 같은 기계가 아니다. 제조사가 어디인지, 스피커 브랜드가 무엇인지 따지라는 소리가 아니다. 마이크를 잡았을 때 울림이 너무 과하거나 딜레이가 심하게 느껴진다면 그 즉시 나와라. 노래방은 소리의 질이 전부다. 인테리어 값 내러 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좋은 코인노래방은 주인의 태도에서 결정된다. 기계를 매일 닦고 마이크 줄을 꼬이지 않게 관리하는 곳은 음질부터 다르다. 상암에서 대충 시간 때우려는 마음으로 노래방을 찾는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환경을 원한다면 겉모습에 현혹되지 마라. 내가 발품 팔아 확인한 상암의 노후한 기기들 속에서도 정비가 잘 된 몇몇 곳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노래방도 결국 사람 손을 타는 물건이다. 꼼꼼히 따져보고 발을 들여야 돈과 시간을 버리지 않는 법이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만족하려 하니 탈이다.